제2부 · 김성현 스테파노 신부님은 누구인가

故 김성현 스테파노 신부님 (1968 – 2023)
故 김성현 스테파노 신부님 (1968 – 2023)

이 순례의 길잡이가 되어 주실 분을 소개합니다. 한 평범한 교구 사제가 어떻게 몽골 초원의 선교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평생 붙들었던 물음 ― “사제는 누구인가” ― 을 따라가 봅니다.

1. 약력

출생1968년 8월 29일, 충남 아산 공세리
사제 수품1998년 2월 3일, 대전교구 (공세리 성당 출신)
보좌 신부삼성동(1998.2.3~1999.2.2) · 조치원(1999.2.3~2000.2.28)
1차 몽골 선교2000년 2월 29일 ~ 2013년 1월 17일
안식년·국내 연수안식년 2013.1.17~2014.1.22 · 국내연수 2014.1.23~2016.1.19
2차 몽골 선교2016년 1월 20일 ~ 2023년 5월 26일
선종2023년 5월 26일 낮 12시 35분, 심장마비 (향년 55세)

신부님의 약력 첫머리에는 이 성경 말씀이 적혀 있습니다.

“야훼를 믿고 바라는 사람은 새 힘이 솟아나리라.”

2. 다섯 살의 '착한 생각'

신부님은 다섯 살 때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때의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어머니에게 “엄마, 착한 생각이 난다”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강의에서 신부님은 그 ‘착한 생각’이 자신을 몽골에 가게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어린아이가 느낀 세례의 기쁨이 한 사람의 일생을 선교사로 이끈 셈입니다.

3. '사제는 누구인가' ― 평생의 화두

신학생 시절, 한 선교사 신부의 강의에서 “여러분 중에서도 누군가 선교사가 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시 신부님의 사제상에는 선교사라는 그림이 없었기에 당혹스러운 질문이었지만, 그 물음은 마음에 작은 틈을 냈습니다.

로마 우르바노 대학에서 선교학을 공부하며 신부님은 교구 사제의 정체성을 두고 깊이 고민했습니다. 선교사들 앞에서 왠지 작아 보이는 교구 신부의 모습에 열등감마저 느꼈다고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러다 한 가지 깨달음이 그 열등감을 단번에 날려버렸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 바로 세상 끝’이라는 사고의 역전이었습니다.

본당신부가 되어 주님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고, 먼저 온 세상을 향하여 열려져 있는 사제가 되고 난 후 바로 그 나라, 그 교구, 그 본당으로, 그 양떼들에게로 파견된다는 그림이다.

이 단순한 사고의 역전은 나에게 많은 활력을 주었다. 다른 한쪽에서 보면 내가 있는 자리가 세상 끝일 것이니까.

3년간의 보고서(2003)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사제’, ‘오늘 내가 만나는 이들에게로 파견된 사제’ ― 이 사제상이 있었기에 몽골 선교를 받아들이는 일은 신부님에게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4. 북한, 그리고 몽골

선교지를 택한다면 첫 번째는 언어를 새로 배울 필요 없는 북한이었습니다. 그래서 보좌 신부 시절 주임 신부의 허락을 받아 중장비 학원에 다니며 포크레인과 지게차 자격증까지 따 두었습니다. 사제 신분만으로 가기 어렵다면 노동자로라도 들어갈 길을 마련해 두려는 생각이었습니다. 둘째 후보는 문화가 가까운 중국이었습니다. 몽골은 선교 지도에서 아주 작은 비율로만 표시되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보좌 신부 2년 차에 주교님으로부터 몽골 선교 지원자를 받는다는 편지가 왔습니다. 국내 유학(박사 학위)이라는 또 다른 길도 함께 제안받았지만, 신부님은 자꾸 몽골로 끌리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성당 마당을 서성이던 끝에, 전화로 주교님께 마음을 전했습니다. “주교님, 선교를 생각해 온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5. 파견 ― 성금요일에 도착한 땅

2000년 4월 20일 성 목요일 성유 축성 미사 때 파견을 받고, 다음 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신부님은 그때 자신의 나이가 예수님이 돌아가신 나이와 같다고 느끼며, ‘이제까지의 삶은 오늘 죽고 몽골에서 부활하겠구나’ 하는 묵상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고 합니다. 몽골에 도착한 날은 성금요일이었습니다. 그날 밤의 메모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목마르다!” 목마르신 주님! 당신의 갈증은 이 세상의 갈증입니다. 메마른 땅, 몽골에 왔습니다. 오늘 진정 당신의 죽으심에 저도 함께 죽었나이다. 당신과 함께 부활키 위해…

몽골의 첫날 밤(2000)